열기구 성화 뜨고, 투병 중인 셀린 디옹 열창… 관객들 눈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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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31. 오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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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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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마지막은 셀린 디옹이 장식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열창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벌어진 26일 에펠탑에서 화려한 레이저 쇼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에펠탑은 역시 파리의 상징이자, 프랑스의 수호물이었다. 악천후로 고전하던 행사가 마지막 30여분, 에펠탑에서 펼쳐진 화려한 레이저 쇼와 감동적 공연으로 오래 남을 감동을 안기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파리 센강 인근 전역에서 26일 벌어진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행사 시작 20여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했던 황혼의 배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선수들과 관객들은 3시간 이상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인내’해야 했다. 곳곳에서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관객들이 보였고, 심지어 일부 선수들마저 컨디션 난조를 우려해 숙소로 귀가했다.

당초 수천명의 선수들과 관객들이 모여 북적거려야 했던 ‘트로카데로 정원’의 개회식 행사장 무대 역시 기대했던 열기를 토해내지 못했다. 센 강 위를 달려 올림픽기를 가져온 기수가 예나 다리(Pont d’Iena)를 건너 행사 무대 위로 오르고, 올림픽 깃발이 내걸리는 동안 지친 표정의 행사 참가자들은 의례적인 박수로 호응했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회 개회 선언 직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구 영웅인 지네딘 지단이 무대 위에 올라 파쿠르(Parkour) 주자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자 관객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어서 프랑스 오픈(롤랑 가로스) 14회 우승에 빛나는 라파엘 나달이 나타나 성화를 이어받고 지단과 포옹하자 우뢰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캐나다 여가수 셀린 디옹이 26일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열창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곧이어 드라마틱한 음악과 함께 에펠탑으로 모든 이들이 시선이 꽂혔다.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숨겨놓은 비장의 ‘한 수’, 에펠탑의 레이저쇼였다. 에펠탑이 반짝거리며 화려하기 빛나기 시작한 순간, 흥겨운 디스코곡 ‘슈퍼네이처(Supernature)’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에펠탑 전체와 그 주변에 설치된 수백개의 레이저 불빛이 리듬에 맞춰 파리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마치 ‘우주쇼’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트로카데로 광장 쪽에서 레이져쇼를 지켜본 개회식 관객들은 “빗속 3시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환상적 쇼”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에펠탑의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동안 성화는 배를 타고 루브르를 향했다. 부두에 도착한 성화는 프랑스 스포츠 스타 10여명의 손을 옮겨 가며 루브르의 상징 유리 피라미드와 카루젤 개선문을 거쳤고, 튈르리 정원의 원형 연못으로 옮겨졌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성화대는 바로 이곳에 숨겨져 있었다. 1783년, 프랑스의 몽펠리에 형제가 발명한 인류 최초의 유인 열기구를 그대로 본딴 열기구다.

남녀 두 명의 최종 주자로부터 성화를 옮겨 받은 열기구가 서서히 떠오르자, 이날 에펠탑의 ‘마지막 쇼’가 시작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사랑의 찬가(Hymne à l’amour)’가 서서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에펠탑의 첫번째 층 위에 마련된 특별 무대에서 한 여가수가 노래를 이어받았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My hear will go on’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셀린 디옹(Dion·56)이었다.

캐나다 퀘벡 출신인 그는 현재 살아있는 프랑스어권 가수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1990년대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과 함께 세계적 ‘디바’로 불렸고, 특히 프랑스와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년여전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음을 고백했고, 이후 투병으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밤 에펠탑에 오른 셀린 디옹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에도 자신의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그가 남은 모든 것을 불태우듯 열정적으로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모습에 수많은 프랑스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공영 프랑스 2TV에서 개회식 중계방송을 하던 여성 앵커도 한동안 울먹이느라 방송 진행을 못할 정도였다. 노래가 끝나는 순간, 에펠탑은 환하게 불타오르듯 빛나며 2024 파리 올림픽의 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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