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놓치면 기회 없다"…2025년이 기후 골든타임인 이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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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23.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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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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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2025년 기후 골든타임 <1> 한국에 2025년이 중요한 이유
[편집자주] '2025년을 놓치면 어렵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2025년이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30년과 2050년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를 좌우할 입법·정책 결정이 몰린 해여서다. 기후변화 대응이 최근 몇년새 주요국 산업정책의 핵심이 된 만큼 '기후변화 부정론자'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초래될 수 있는 미국의 기후리더십 공백이 산업 분야에서 어떤 변화를 초래할 지도 한국에 중요한 변수다. 2025년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왜 중요한 지 살펴본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그래픽=윤선정


2025년이 한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최상위법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내년 중 진행돼야 하고, 2035년 국가 탄소배출 감축 목표(NDC) 역시 내년 중 설정돼서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인 배출권거래제가 2026부터 2030년간 어떻게 운영될 지도 2025년 확정된다. 내년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놓쳐서 안 되는 시기인 이유를 이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1. 국회로 넘어온 공, 시한은 2026년 2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국회가 2026년 2월까지 마쳐야 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다. 이 법 중 헌법에 맞지 않는 조항이 2026년 2월까지만 유효하다는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 법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한다'와 '2050년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고만 하고, 2031~2049년의 정량적 감축 목표는 명시하지 않은 게 청구인인 미래세대의 기본권(환경권)을 침해한 거라 봤다.

2050년 배출량을 '0'으로 둔 단순한 선형 감축안을 거론하는 측도 있지만, 한국의 국제적인 위치와 주요국이 수행하는 탄소 감축 경로 설정 방식을 고려하면 더 정교한 방안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수준을 1990년 대비 90%로 하겠다는 새 목표를 발표했는데, 이는 EU 기후변화 과학자문위원회가 '규범적으로 줄여야 하는 양'과 '기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양'의 시나리오 수천 개의 교집합으로 찾은 수치다. 국회가 전문가 그룹 등의 자문,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토대로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란 의미다.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 낸 플랜1.5의 윤세종 기후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기준과 과학적 사실에 맞춰 대한민국이 마땅히 져야 할 몫을 탄소중립기본법에 반영하라는 게 헌재의 판결인데, 이 '마땅한 몫' 산출엔 과학적 계산이 필요하다"며 "전체 지구에서 감축해야 할 탄소배출량 중 한국의 배출량, 경제 수준 등의 분석 없는 목표 설정은 안 된다"고 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주요 조항/그래픽=이지혜



2. 국제사회, 내년 2035년 NDC 제출


더불어 2025년은 한국을 포함한 198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이 2035년 국가 탄소배출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하는 해다.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5년마다 '상향'한 목표를 설정한다. 내년 2월까지, 늦어도 내년 말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30)까지 제출이 이뤄진다.

이미 내년 COP 의장국 브라질, 영국, 아랍에미리트가 2035년 NDC를 발표했다. 특히 영국은 2035년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81%로 2030년 NDC(1990년 대비 68% 감축) 보다 올려 잡아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다. NDC 발표로 내년엔 기후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 NDC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간 COP29과 달리 COP30은 '큰 장'이 될 것"이라 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2~13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한국을 포함한 98개국과 12개 국제기관이 출석해 열린 '기후 청문회' 결과가 내년 초께 정부의 책임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기후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ICJ의 의견은 강제성은 없지만 전세계 2000건 이상의 기후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이처는 이 청문회를 '게임체인저'라 불렀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원 별 배출량/그래픽=윤선정



3. 2026~2030년 배출권거래제 세부계획, 내년 중 확정


정부가 2026년부터 5년간의 배출권거래제를 어떻게 운영할 지를 정하는 시기 역시 내년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한 뒤, 할당량 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고,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도록 해 민간의 자발적 탄소감축을 유인하는 제도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채택했다. 현재 685개 기업이 적용 대상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73.5%를 커버한다. 이 제도가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면 높은 커버리지를 감안할 때 강력한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배출량 대비 많은 할당량, 배출권의 낮은 가격 등으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배출권거래제 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데, 정부가 2026부터 2030년까지 이 제도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큰 틀(기본계획)을 올해 말 내놓은 뒤 각 기업들에게 할당되는 배출권 수량 등을 담은 '할당계획'을 내년 6월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공짜'로 주어지는 배출권이 대부분(90%)이었는데, 이 '공짜 배출권' 비중이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관건이다. 할당계획은 2030년까지 5년간 고정돼 적용되므로, 이 계획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2030년 NDC 달성 가능성과 직결된다.

유승직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내년은 2030년·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내년을 놓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회를 다시 갖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유 교수는 "경제주체가 장기적 투자 결정과 탄소저감을 위한 기술 채택 등을 할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해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며 "기후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인만큼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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