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를 넘어...동아사이언스 인스타 '릴스'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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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8. 오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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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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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브랜드 인터뷰 (05)] 동아사이언스 ‘씨즈더퓨처’
‘인스타 릴스’ 주력하는 버티컬브랜드, 꾸준한 상승곡선
척박한 한국의 ‘비디오 저널리즘’… “유튜브 확장시킬 것”
▲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난 '씨즈더퓨처'팀. 사진=박재령 기자
"미국은 '비디오 저널리스트'라고 하면 뭔지 다 안다. '복스'(Vox Media)처럼 이름 난 채널도 많다. 그런데 한국은 그 영역이 아직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해외에 비해 참고할 모델도 부족하다."

동아사이언스 뉴미디어팀 '씨즈더퓨처'(seize the future) 이다솔 PD의 말이다. 아직 기성 언론은 기존 문법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셜미디어는 여전히 '미개척지'로 남아 있고, '비디오 저널리즘' 꿈을 꾸는 이들은 해외에서 참고 모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직접 땅을 일구며 알고리즘을 뚫어야 한다는 말이다.

신수빈 기자(파트장)와 이다솔, 전성훈, 정용환 PD. 4인으로 구성된 '씨즈더퓨처'팀은 인스타그램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동아사이언스 버티컬 브랜드다. 30초에서 1분 분량의 인공지능, 우주, 기술, 환경 등의 '과학' 영상을 올린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3일 기준 1만6000명, 2022년 12월 개설 이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인스타그램 '씨즈더퓨처' 릴스 갈무리.
JTBC '헤이뉴스' 등 영상 제작 및 방송 경험이 있는 신수빈 기자가 나와 특정 이슈를 설명하는 방식과 기자 출연 없이 신기한 로봇 혹은 기술을 시연 장면과 함께 소개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의 '머리 이식 수술' 아이디어를 신 기자가 설명하는 7월5일자 영상은 조회수가 87만 회에 달하고 댓글은 300개가 넘는다.

인스타그램부터 유튜브까지… 플랫폼별 차이점은

이들이 인스타그램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신수빈 기자는 "과학동아가 청소년 시기에서 끝난다. 그 이후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싶었다"며 "틱톡은 10대에 초점이 맞아 있으니 2030이 많이 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시작해보자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은 이용자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보관' 기능이 인상 깊더라. 여러 지표가 있겠지만 '좋아요'와 '보관'은 또 다르다. 나중에 또 보고 싶고 콘텐츠에 애정이 생길 때 (보관을) 보통 누르지 않나. 구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뭘 더 좋아하실지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지표라 챙겨보게 된다." (정용환 PD)

▲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신수빈 기자. 사진=박재령 기자
유튜브를 포기한 건 아니다. 유튜브 채널 'SEIZE 씨즈'도 가지고 있다. 여기선 주로 5~10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온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기업 '뉴럴링크'의 임상 실험 대상자(뇌에 칩 삽입)를 인터뷰한 영상(7월19일)은 23일 기준 조회수가 16만 회, 초전도체 관련 검증 과정에 참여한 박사를 인터뷰한 영상(2023년 8월)은 조회수가 82만 회 정도다.

"기자 입장에선 인스타(릴스)보다는 좀 더 긴 유튜브를 하고 싶긴 하다. 더 많은, 깊이 있는 얘기를 담을 수 있으니까. 또 외부에서 (광고 등) 수익을 얻는다고 했을 때 큰 수익은 '유튜브로 만들어주세요'하고 온다. 그럼에도 (유튜브를) 주력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속 실험을 하는 중이다. 다른 부서와 협업하면 얼마나 걸리는지 등등." (이다솔 PD)

▲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다솔 PD. 사진=박재령 기자
실제 '씨즈더퓨처'팀은 조회수 이외에 '브랜디드 콘텐츠'로 추가 수익을 얻고 있다. 과학에 전문성이 있어 테크 기업, 에너지 기업 등이 주로 찾는다. "(기업이) 신기술을 소개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일반 외주 제작사는 원리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그런 게 (팀을 찾은) 포인트였다고 설명해 주시더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같은 데서도 연구 성과 홍보 등 영상이 필요하다." (신수빈 기자)

뉴미디어 '논픽션' 영역 부족… "저널리즘 구현이 목표"

신문, 잡지사가 영상을 할 때 최대 난점은 '지속가능성'이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하기보다 개인 재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부담, 부서 차출 등으로 개인이 빠져나가면 결국 팀 전체가 흐지부지되는 것이다. 신수빈 기자는 "당연히 고민이 된다. 저희끼리도 종종 하는 말이 '누구 하나 사라져도 팀은 살아야 한다'이다. 고정 시리즈를 만들어 (채널이) 안정화되면 새로운 사람이 와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정용환 PD. 사진=박재령 기자
많은 고민에도 목표는 일관된다. 뉴미디어의 '비디오 저널리즘' 구현. 언론사 입장에서 한국의 교양 영역은 다큐멘터리 등 기존 문법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 판단이다. 이다솔 PD는 "(유튜브에서 성공한) 논픽션 영역이 거의 없다고 본다. 한국이 아예 불가능한 시장인 것인지 시도하면서 계속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보다 유튜브가 트렌드에 더 민감한 것 같다. 방송은 아무래도 유튜브보다는 제작자 기준에서 만들게 된다. 일반 시청자들이 모를 것이라는 영역을 상정해 놓고 '알려주겠다'는 측면이 일부 있다. 유튜브는 정말 관심 있는 사람만 들어오는 거니까. 제작자와 구독자들이 같이 '너드'(nerd)가 될 수 있달까." (전성훈 PD)

▲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전성훈 PD. 사진=박재령 기자
'저널리즘 구현'이 목표라는 건 '공익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단순 가십이 아닌 좋은 영상을 올린다는 것, 이 부분이 척박한 땅을 일구는 '뉴미디어 불모지' 언론사 도전의 원동력이다. '씨즈더퓨처'팀은 최근 SNU팩트체크센터 지원사업을 통해 '한반도 극한호우 대책 총정리' 기획을 유튜브에서 연재했고 2024년도 상반기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취재상'과 민주언론시민연합 7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 유튜브 'SEIZE 씨즈' '최악보다 더 최악인 미래 폭우, 미리 맞아봤다' 서울편 갈무리.
이 기획은 베를린, 도쿄 등을 다니며 국가별 침수 대비를 비교하고 한국 정부의 폭우 대책 허점을 짚었다. PD들이 직접 현장에 출연하며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시스템을 확인하는 식으로 모두 10분 안팎의 유튜브 영상이다. 민언련은 해당 보도를 가리켜 "과학적 진단 후 선진국 사례와 각종 대응전략을 근거로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기후위기 해결책까지 제시했다"고 평했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많이 느끼는데,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 같다. 지금 다루고 있는 게 기후위기, 환경 등 앞으로 사람들이 당면해야 할 문제들이지 않나. 반응이 바로 폭발적일 순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관심도 주시는 것 같고. 거창한 욕심은 없다.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 PD나 기자로서 공익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정용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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